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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축구

피할 수 없다면 막아보자.

by 상암의 왕 2020. 9. 22.

 아이가 축구를 한 지도 벌써 5년째다. 신체가 점점 성장을 하면서 동작도 커지고 체력이 좋아지면서 축구를 보는 재미도 부쩍 커졌다.

 

 힘이 좋아지는 것은 내 아이만의 일은 아닌 지라 상대하는 아이들도 힘이 부쩍 좋아져서 시합하다 보면 크고 작은 상처가 많아졌다. 공에 대한 집중도가 좋아지면서 걷어 차이기도 하고 시합 중 흥분도가 과하게 올라가면서 저도 모르게 걷어차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어차피 시합 중에 벌어지는 일이라 크게 신경을 쓰지 않지만 가끔은 부모된 입장에서 가슴 철렁한 경우도 있다.

 

 얼마 전에 자체시합을 하다가 한 아이가 흥분에 못이겨 아들의 다리를 걷어차는 일이 생겼다. 수비하는 입장에서 상대방을 돌아서지 못하게 막는 과정 중, 아들의 수비를 떨쳐내지 못하고 엔드라인까지 몰린 상대방 아이가 흥분했는지 보복행위를 한 셈이다. 순간 눈 앞에서 걷어 차이는 장면을 보자 가슴이 철렁하긴 했지만 시합 중에 일어난 일로 치부하고 말았다. 결국 두 녀석이 코치님께 불려가서 반성문 쓰라는 처분을 받고 사건은 일단락 되었다.

 

 집에 와서 씻고 나온 아들녀석의 다리를 보자 시합장에서 다스린 감정이 다시 욱하고 올라온다. 시퍼렇게 멍이 든 아들의 다리를 보니 순간, 억지로 다스린 화가 다시금 들려나온 것... 약을 발라주며 아프지 않냐고 물으니 천연덕스럽게 괜찮단다. 하긴 앞으로 축구나 다른 운동을 하다보면 좀 다치는 일은 일상다반사일텐데... 하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다.

 

 그러고 보니 정강이 보호대가 좀 작아지긴 했다. 6살 때 처음 축구를 시작하며 사용하던 정강이 보호대인데 이제는 이별의 때가 온 듯 하여, 발목을 보호해주는 앵클가드와 더 큰 정강이 보호대를 구매했다. 

 

 이제 마음이 조금 놓인다. 기존에 없던 무게감 때문에 거슬리긴 해도 점점 적응할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 막아보는 것이다.

신가드 위치 옆으로 시퍼렇게 멍이 든 정강이.
발목부위와 아킬레스 건을 보호해 주는 앵클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