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몇달 있어본 사람들이 잊지 못하는 맛이 있다면 역시, 화과(훠궈火鍋)와 양꼬치(양러우촨羊肉串) 일 것이다.
오늘은 간만에 중국 맛을 아는 사람과 만나게 되어 의기투합, 가리봉 조선족거리를 다녀왔다.
기실 양고기 라는게 한국 사람들이 먹지 않아 귀할 뿐이지 별다른 것은 없다. 단, 양꼬치에 들어가는 양념이 중요하다.
바로 즈란(孜然)이란 향신료인데 이게 또 양꼬치의 중독(?)을 불러오는 기막힌 향이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첫 중국 여행에서 누군가가 사준 양꼬치를 한 입 베어물었다 토한 적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이 즈란의 향 때문이었다.
한국사람들은 조금 비위가 상할 수도 있는 향이긴 한데 적응이 일단 되는 순간, 그 향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자꾸 침이 흘러나온다....후룹.)
가리봉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제 조선족 거리가 되어 버렸다.
거리를 다니면 북쪽 억양의 사투리와 중국어를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고.... 이젠 솔직히 중국인들이 사는 곳 같이 되었다. (집값에 손해
많이 보려나....)
각설하고... 이것이 바로 양꼬치 이다.
왼쪽 노란 꼬치가 판근(반진版筋)이다. 소 근육에 붙은 근육힘줄 정도 되시겠다. 오른편이 바로 양고기 꼬치. 살짝 뿌려 나온 양념 중에
살톨 만한 것이 내가 사랑하는 즈란이다.
비록 좋지 않은 숯목탄이지만 양꼬치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모습이다. 윗편 조그만 그릇 안에 든 것이 구울 때 뿌리라고 준 양념인데 역시 즈란이 들어 있다.
양꼬치는 대체로 바짝 익혀 먹도록 해야 한다. 반면 소힘줄은 너무 익혀버리면 과자처럼 딱딱해지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빼먹어야 하고.
마늘도 같이 구어 먹으면 그 맛이 배가가 된다.
양꼬치는 원래는 신강성의 위구르민족이나 몽골민족, 투르크계통 민족들이 즐겨 먹는 음식으로 일명 사슬릭이라고도 한다. 길이도 1m 남짓한 꼬치에 양고기를 두툼하게 꿰어 한개 정도면 배가 터질 정도인데 음식이 전해지면서 이제는 저렇게 쬐끔하다.
원래 한족들이 오랑캐라고 멸시하던 위구르,투르크계통 민족들의 음식을 이제는 한족들도 그 맛에 푹 빠져버린 셈이다.
가리봉의 가격도 많이 올랐다. 2년전엔 10개 꼬치에 5천원 정도 했던 거 같은데 지금은 8천원이다. 재미삼아 마셔보는 컵술(컵으로 포장된 고량주)은 2천원. 주차할 데가 마땅찮고 술 한잔 안마시면서 먹을 수 없는 음식이므로 차는 버리고 갈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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