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전투를 떠올리다보면 너른 평야에서 양군의 회전을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결투식의 대회전은 양군의 숫자가 비등할 경우에만 가능한 이야기이고
대부분은 우세한 측의 포위전과 거점과 요소를 선점한 수비하는 측의 수성전으로 이루어진다.
오늘은 전라남도 순천에 위치한 낙안 읍성의 성벽과 방비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낙안읍성의 정남문인 쌍청루가 있는 곳이다. 성문 바깥에 ㄷ 형태의 옹치(擁稚)가 겹둘러져 있다.
성문 바깥 정면에서 바라보면 성문이 대부분 가려진다. 적군이 성문을 부수러 들어온다면 분명 이 성 외벽(옹치)을 돌아들어가야만
성문 앞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낙안 읍성의 동문인 낙풍루 성문 역시 외성벽이 성문을 겹두르고 있어 외적이 돌아들어가야 함을 알 수 있다.
낙풍루 성벽에서 바라본 옹치의 모습이다. ㄷ 형태로 정면을 보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적군은 성문을 공격하다가 저 ㄷ 형태의
성벽에 갇혀 세방면에서의 포위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가 성 외벽에 서 있다면 적군은 저 아래 조그만 건물과 모터사이클 쯤에서 세방면에서의 포위를 받아 섬멸될 것이다.
화살 몇발이면 손쉽게 아웃.
하지만 성문이 아닌 성벽을 공격해 타 넘으려 하는 적군이 있다면 어떨까?
성문이 아닌 성벽을 공격하게 된다면 저렇게 성벽에서 튀어나온 치(稚)가 양옆으로 적군이 공격해오는 측면을 타격한다.
물론 성벽의 바깥쪽에는 물길이 있어 적군의 일차적인 공세를 늦추는 해자(垓子) 역할을 한다. 물길을 건너느라 화살 공격을 받은
적군은 예봉이 꺽이게 되고 다시 성벽을 기어오르려 하나 정면과 치에서 오는 측면의 공격까지 같이 받느라 쉽게 성벽을 오르지
못할 터.
사진에서는 치와 치의 거리가 꽤 멀어보이지만 실제로는 화살이 닿을 수 있는 사정거리(60m) 마다 치가 설치되어 있다. 치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평소의 궁술단련이 필수였을 것이다. (양궁 강국은 하루 아침의 일이 아닌 터..... ㅎㅎ)
외적의 침입이 없다면 성벽 내부의 일상은 그네를 타는 아이들 처럼 평온하였을 것이다. 낙안읍성은 왜구의 노략질을 막기 위한
자구책이었으며, 낙안읍성 주변의 백성들을 보호하는 보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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